목가적인 삶

위암으로 8월에 죽은 10대때 연인에게

인생도처유상수 2024. 9. 25. 21:26

24년9월25일 청양군 정산면 덕성2리

38년만에 찾은 소나무가 있는 고갯마루
오솔 산길에 아스팔트도로가 생겼네
잡풀만 있던 산에 밤나무가 가득하고
길가에 밤송이가 뒹굴뒹굴

장씨 집성촌이라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정보의 부족과 정리실패로 2번 만에 알았다.
5년 전에 남편이 죽고
올 8월에 위암으로 본인도 죽었단다.
.......

몇 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얼마나 삶이 괴롭고 힘겨웠으면 위암이 되었겠냐

오지의 농부인 부모 슬하에
6남매 막내인 그가
비빌언덕이라도 있었겠냐
혼자 안고 살다가
남매만 남기고 저세상으로 가버렸구나

맑고 밝은 여고생 얼굴만 기억났는데
이젠 삶, 병의 고통으로 힘겹게 살아왔을 나날들이
깊게 다가오며 가슴을 훑여 판다.
그놈의 10대 때 자존심이 망쳤구나
불쌍한 친구여
미안하이
일찍 찾아와서
짧은 희망과 웃음이라도 주지 못했네

나는 자유롭게 살다가 가겠네
가서 만나면 자존심 없기 하세
그냥 좋아하는 대로 행동하세나
웃음과 활기는 잃지 않도록 하세나

먹먹먹한 가슴으로 소나무가 있는 고갯마루에서
의향이의 이름을 놓았다네
"힘겨운 삶의 무게를 놓고 잘 가시게나
나의 10대 때의 연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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